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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폐업신고 날짜 아닌 실제 진료 종료 시점이 기준”
병원 의존도 높은 약국 양수도 계약…‘폐업·이전 특약’ 문구 중요
병원 앞 약국을 인수한 뒤 핵심 처방처인 병원이 문을 닫았다면 권리금 반환 시점은 언제부터 계산해야 할까.
법원은 행정기관에 정식 폐업신고를 한 날짜가 아니라 실제로 진료와 처방전 발행이 중단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약국 양도인은 양수인에게 권리금의 절반인 1억25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게 됐다.
2억5000만원에 약국 인수…병원 폐업 특약 넣었다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24년 1월 용인시의 한 종합병원 앞 약국을 B씨로부터 권리금 2억5000만원에 인수했다.
당시 병원은 220병상 이상, 22개 진료과를 갖추고 있었고 이곳에서 나오는 처방전이 약국 조제건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양측은 이런 특성을 고려해 계약서에 별도의 특약을 넣었다.
임대차보증금 잔금 지급일인 2024년 2월 29일부터 1년 이내 병원이 폐업·이전하면 권리금의 50%, 1년 초과 2년 이내라면 25%를 반환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폐업이나 이전 후 3개월 안에 새로운 병원이 들어오거나 병원 양도·양수가 이뤄지면 반환하지 않기로 했다.
‘휴업’ 공고 후 진료 중단…폐업신고는 8개월 뒤
이후 병원의 경영이 악화됐다.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지고 의료진과 직원들이 잇따라 퇴사하면서 진료과와 환자가 감소했다.
병원은 2025년 1월 31일부터 휴업한다고 공고한 뒤 실제 진료를 중단했다.
하지만 행정상 폐업신고는 약 8개월 뒤인 2025년 9월 30일 이뤄졌다.
A씨는 실제 진료가 중단된 1월 31일을 폐업일로 봐야 하므로 1년 이내 폐업에 해당한다며 권리금의 절반을 요구했다.
반면 B씨는 공식 폐업신고가 이뤄진 9월 30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반환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법원 “약국 가치 좌우하는 건 처방전 발행 여부”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해당 약국 영업권 가치에서 인근 병원의 조제매출에 대한 기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약국 입장에서는 병원이 행정상 폐업신고를 했는지보다 실제로 정상 진료를 하고 처방전을 발행하는지가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약에도 ‘폐업신고’라고 명시하지 않았으며, 폐업신고는 병원 내부 사정에 따라 실제 영업 종료보다 늦게 이뤄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병원이 휴업을 공고하고 진료를 중단한 2025년 1월 31일을 실질적인 폐업일로 인정했다.
새 병원 들어왔지만 ‘3개월’ 넘겨
기존 병원 건물에는 시설공사를 거쳐 2026년 2월경 다른 종합병원이 들어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폐업일로 인정된 2025년 1월 31일부터 이미 3개월을 훨씬 넘긴 시점이었다.
이에 법원은 새 병원이 들어왔으므로 권리금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B씨에게 권리금 2억5000만원의 50%인 1억25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병원 의존도가 높은 문전약국을 인수할 때 단순히 ‘병원 폐업 시 권리금 반환’이라고 적는 것보다 폐업의 기준일, 휴업·진료중단 포함 여부, 신규 병원 입점 인정기간 등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