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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약가 인하가 반복되면서 약국과 의약품 유통업계를 포함한 유통채널 전반의 피로도가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약국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서류상 반품’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약가 인하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진행된 의약품 실거래가 조사 결과를 반영한 조치다. 최종 인하 대상 품목은 4000개 미만으로 예상되지만, 사전에 제공된 예상품목만 해도 2700여 개에 달하면서 약국과 유통업계 모두에서 행정·정산 부담이 본격적으로 가중되고 있다.
약국 현장에서는 약가 인하 반품을 두고 “금액보다 행정 부담이 훨씬 큰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약가 차액이 1~2원에 불과한 품목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반품을 진행할수록 오히려 시간과 인력 면에서 손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 약사는 “서류상 반품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바코드를 하나하나 찍고, 모든 품목을 실물처럼 확인해야 한다”며 “도매와의 정산 문제를 피하려면 실물 반품과 똑같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름만 ‘서류상’일 뿐, 업무 과정에서는 물리적 작업과 행정 절차가 그대로라는 설명이다.
실제 약가 인하 대상 품목 수는 약국 규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의원 문전 약국의 경우에도 30~50품목은 기본이고, 종합병원 문전이나 다과목 약국은 200~300품목 이상이 한 번에 대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항생제처럼 사용 빈도는 높지만 인하 폭은 1~2원에 불과한 품목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약가 인하로 환급받는 금액보다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또 다른 약사는 “대규모 약가인하 때 계산해보면 약국당 몇 만 원 수준인데, 그 돈 때문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너무 크다”며 “그 시간에 조제나 상담에 집중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하 폭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반품과 보상 요구가 몰릴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은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4000개에 가까운 품목을 하나하나 확인해 정산 자료를 만들고, 제약사와 다시 협의해야 한다”며 “행정과 물류 부담이 유통 현장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약국과 유통업계가 공통적으로 문제 삼는 지점은 품목 수는 많은데 인하 폭이 제각각이라는 구조다. 평균 인하율은 1%대에 불과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1원 인하 품목부터 20~40% 이상 인하되는 품목까지 뒤섞여 있다. 약국에서는 “1원 인하된 품목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관리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유통업계에서는 “금액은 적어도 처리 비용은 똑같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약가 인하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 2026년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서류상 반품’을 한시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관련 안내도 현장에 전달됐지만, 약국과 유통업계 모두에서는 물류 부담을 일부 줄일 수는 있어도 행정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여주는 제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의 취지와 별개로 현장에서는 행정 부담과 노동 비용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며 “단순한 금액 보전이 아니라 실제 업무 과정을 줄일 수 있는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약가 인하가 반복될수록 유통채널 전반의 피로도는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